재산 형사
2025-04-28
“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그런데 신분증을 놓고 와
친구의 주민등록증을 빌려 썼습니다.
이건 신분 위조일까요? 아닐까요?
”
이는 법적으로 봤을 때 '타인의 신분을 도용한 위조 행위'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걸 단순한 편법 정도로 생각하지 중대한 범죄라고 여기지는 않죠.
이처럼 위조라는 것이 꼭 전문적인 범죄 조직만이 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에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 역시 일상에서 만나볼 수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위조가 문제가 된 사건이었습니다.
📌 읽기 전에 알아 두면 좋은 법률 용어
사문서위조죄
계약서나 합의서와 같은 문서를 허락 없이 위조하거나 변조하는 범죄
위조사문서행사죄
위조한 사문서를 진짜처럼 여기고 실제로 사용하는 범죄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공문서에 쓰거나, 허위로 작성한 내용을 기반으로 공정증서를 작성하게 하는 범죄
불실기재공정증서원본행사죄
위조한 공정증서를 실제로 사용하는 범죄
✅ 사문서위조죄 ; 사건의 전말
이 사건에서 의뢰인은 부동산 매매를 하려다가 작은 실수 하나로 사문서를 위조하고 10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썼습니다.
의뢰인과 부동산 판매자는 계약을 맺기에 앞서 구두로 모든 협의를 거치고 계약서를 작성해 도장까지 찍었습니다. 다만, 잔금 지급일이나 작성일 같은 정보들이 비어있는 상태였죠.
이런 정보는 사소한 거라 생각하고 의뢰인은 빈칸을 채워 계약서를 완성했습니다. 그리고 부동산을 담보로 10억 가량의 대출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의뢰인의 행동을 부동산 판매자가 사문서 위조로 고소한 것이죠.
의뢰인이 정보를 채운 것은 엄연히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부동산 매매에서 으레 계약자가 대신 정보를 쓰고 계약을 마무리하는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특히나 서로 안면이 있는 경우엔 더 그렇습니다.
이번에도 종종 있던 일쯤으로 여기고 계약을 했던 건데, 위조범이란 의심을 받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한다고 하니 의뢰인은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문서 위조 외에도 동행사,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 및 동행사의 혐의까지 총 4개의 범죄 혐의와 당시 의뢰인의 사정으로 주거가 불분명하다는 점 때문에 구속요건을 충족한다 생각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니까요.
도망칠 생각도 없었는데 구속 위기에 처해 겁먹은 의뢰인을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
대부분 구속영장 신청을
유죄가 확정된 것처럼 생각하지만,
사실 구속영장은 수사나 재판 과정이
원활하게 되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그러니까 보통 피의자, 피고인이
수사나 재판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거예요.
도주나 증거인멸, 수사 중에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는 것처럼 말이죠.
영장판사들은 구속 없이도
재판이나 수사가 가능하겠다 싶으면
영장을 기각시킵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는
범죄 의도가 없었음과 더불어
'도주의사 없음, 증거인멸 가능성 없음'
이 두 가지를 같이 보여주려 했습니다.
제가 그랬듯, 법원이
'구속까지 해서 수사해야 될 정도의
사안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
”
✅ 사문서위조죄 ; 백송의 조력
제가 사건을 맡고 먼저 범죄 의도가 없었을 거라 파악하게 된 건 의뢰인이 계약서를 '보충'했을 뿐 '수정'한 건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재판부가 범죄인가 아닌가 판단할 때는 보통 행하는 사람의 고의성을 봅니다. 우발적이었다고 해도 그 순간 그 사람을 해할 의도가 있었다면 처벌을 받듯이 말이죠.
만약 의뢰인이 계약서를 위조해서 이익을 얻을 의도가 있었다면 계약 내용 자체를 본인에게 유리하게 바꿨을 겁니다.
매매금액을 줄이거나, 잔금 지급 기한을 터무니없이 늘리거나, 아니면 판매자의 동의 없이 추가적인 조건을 넣거나요.
그런데 의뢰인은 그러지 않았고, 더군다나 받은 대출금을 가지고 도망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경찰 조사에 착실히 응하고 계약 과정을 일관되게 진술했죠.
우리는 이런 정황들을 통해 의뢰인이 위조 의도가 없었다는 점, 도주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켰습니다.
“
당시 의뢰인 주소지가 분명하지 않아서
검찰은 도주 가능성을 더 크게 봤을 겁니다.
대출금도 10억으로 큰 편이었고요.
거주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은
가족들의 거처를 거주지로 등록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주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집중하느라
검찰이 간과한 것이 있다면
바로 사건이 벌어진 이후의 정황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의뢰인이
고소를 당한 불안정한 상황임에도
모든 과정에 충실히 임하고
있다는 걸 강조했습니다.
행위 자체는 부주의했을 수 있지만
남을 속이고 돈을 빼돌리려는
고의는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죠.
”
✅ 사문서위조죄 ; 구속영장 청구 결과
결국 법원은 이 사건이 구속까지 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 판단했고, 구속영장은 기각됐습니다.
만약 이 영장 청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의뢰인은 심리적, 상황적 압박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억울하게 구속되었을 겁니다.
하지만 ‘문서를 고쳤다 → 사문서위조죄다’ 라는 단편적으로 보이는 것들에 묻혀있던 맥락과 사정을 강조한 결과로 구속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 이 사건, 변호사 인터뷰
김환수 대표변호사 인터뷰 中 (2025.02)
'진짜로 의도가 없는 게 맞을까?'
판사로 갓 임용되었을 때는 피의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제가 판단한 것 하나로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더 그랬었죠.
그때마다 중압감에 작아지는 시야를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게 맥락을 짚어내는 일이었습니다.
의뢰인이 정말 위조범이라면, 도장까지 찍힌 계약서를 더 유리하게 고치지 않았을까? 대출로 10억을 받는 게 목적이었다면 받은 뒤에 도주하지 않았을까? 경찰 조사를 피하지 않았을까?
이처럼 단순히 '결과'만을 보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그 행동이 나온 배경과 정황을 살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가 된 지금에도 단편적인 증거를 찾기보단 관계된 사람들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무게를 가졌을 만큼 법은 결국 사람의 삶과 밀접한 이야기이라는 걸 20년 공직 생활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게 됐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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